제약업계·의료계·시민단체 모두 ‘반대’

보건당국이 일반의약품 비급여 전환 사업 일정을 1년 연기하기로 결정했지만 제약업계는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내진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일반의약품 보험급여 타당성 평가 계획 변경공고'를 통해 기존 추진일정의 변경사항 등을 공고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기등재 의약품 정비계획 변경공고의 효능군별 고시 시기에 따라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 및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가 추진된다.

기타의 순환기계용약 등 5개 효능군은 2011년 상반기 내에 고시되며 나머지 41개 효능군은 2011년 하반기 내에 고시된다는 내용으로 이는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방안이 변경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정이 다소 연기됨에 따라 일반약 급여대상에 속하는 제약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돌렸지만 비급여 전환이 추진될 경우 받는 매출 타격은 상당한 수준이다. 때문에 해당 제약사들로서는 여전히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간 제약업계는 일반약의 비급여 전환에 앞서 예방중심 의료 측면에서 급여기준개선 또는 급여타당성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고, 일반약 보장을 확대하여 예방의학 측면의 보험재정 절감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일반의약품을 주력상품으로 하고 있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전체 의약품 중 일반약이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은 해마다 감소추세에 있고 이로인해 일반약 시장이 갈수록 침체되면 제약시장에서 전문약 중심의 대형제약사나 다국적 제약사에 의한 시장지배가 공고화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는 캐쉬박스가 필요한데 이를 자꾸 빼앗아버리면 정부가 밀어주는 바이오산업의 길을 막는 것”이라며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은 왜 없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실제 ▲태평양제약 케토톱 ▲바이엘 아스피린 ▲대웅제약 우루사 ▲베링거인겔하임 둘코락스 등의 제품이 평가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의약품 비급여 전환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비단 제약업계 내에서만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의료계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역시 ‘일반약 1880개 품목 비급여화’에 대해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것.

의협 관계자는 “일반약 비급여화 계획은 약제비 증가에 따른 국민부담 가중과 의사의 처방권 훼손 소지가 다분하다”며 “지난 의약분업 이후 박탈당했던 의약품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는 기회로 삼아 의약품 분류의 개선 및 의약분업 재평가까지 요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표하는 시민단체들도 보험재정에 더 부담될뿐더러 환자의 보장성도 줄어들 것을 우려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절감에만 초점을 맞추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추진 방향 및 일정도 변경되면서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는 건강보험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및 비용 대비 효과적 약제 사용, 경증질환 자가치료를 촉진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불필요한 약제의 사용량 감소 유도, 보험의약품 등재목록의 적정성 제고 등을 이유로 일반약의 비급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