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임주희(hotjh012@mdtoday.co.kr) 기자
입력일 : 2010-09-06 07:26:42

정부, 의료계에 대해 일관성 있는 시선 필요해

［메디컬투데이 임주희 기자］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지난 23일 의사·변호사들의 세무 검증을 의무화하는 세무검증제도를 신설하자 의료계가 법적·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의료계는 기재부가 세무검증제도 신설하는 세제개편안을 제시하자 곧바로 긴급 세무대책위원회를 조성했으며 세제개편안을 최선을 다해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의사는 소득 탈루 대표집단(?)

지난 23일 기재부는 의사·변호사·학원 등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업종 사업자로서 연간 수입금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소득세 신고시 세무서 등에게 장부기장 내용의 정확성 여부를 검증받도록 의무화하는 세무검증제도를 신설하는 세제개편안을 제시했다.

이에 의료계는 세무검증제도가 의사 등 전문직종을 소득 탈루를 일삼는 대표집단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중 삼중의 규제로 영세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경영여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탄압해위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이미 30만원 이상의 현금에 대해서는 현금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발급하고 있기 때문에 기재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세금 탈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관계자는 “의사들이 세금 탈루를 한다는 것은 옛말”이라며 “이미 현금영수증 발행 의무화가 돼 있는 상태에서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수입을 누락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지 고소득 전문직이라고 해서 정부가 세무검증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조세공평주의에 반하는 발상이다”라고 덧붙였다.

◇ 연간 수입금액 5억…극소수만 해당돼

세무검증제도는 연간 수입금이 5억 이상인 경우 세무사 등에게 장부기장 내용의 정확성 여부의 검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의사들은 세무검증제도의 적용을 받는 의사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관계자는 “마치 연간 순이익이 5억인 것처럼 홍보가 되는 부분들이 있다”며 “여러 세무서에 문의를 해본 결과 수입금액이 5억원 정도가 될 경우 순이익은 약 2억원 정도이며 그중 5000만원은 세금으로 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의사들에게 ‘고소득층’이라는 단어를 붙여선 안된다”며 “웬만한 기업의 사원보다도 연 매출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의사들은 단지 5억 이상이라는 이유로 탈세를 전제하고 세무사 등에게 장부기장 내용의 정확성 여부를 검증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내과 원장은 “연 수입금액이 5억원이 넘는 의사들이 세무사에게 장부기장 내용을 검토 받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며 “왜 기재부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환자들이 동네 의원을 찾기 보다는 3차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의원에서는 직원들 월급과 운영비를 제하면 순이익은 얼마 되지 않아 세무검증제도에 속하는 의사들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에서는 기재부가 도입 시에는 연간 수입금액을 5억원 이상으로 기준했지만 도입 이후에는 언제든 기준 금액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기재부, ‘1차 의료기관’ 대상 다른 정책 내세워

현재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의협과 병협 등과 함께 '1차의료 활성화 추진 협의회'를 구성하고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개선안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9월까지 개선할 계획이다.

이에 의료계는 정부의 기관인 복지부와 기재부가 서로 다른 정책을 내놓고 상충하는 부분들이 존재한다면 의료계에 대한 일관성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인단체는 평균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저수가로 인해 1차 의료기관의 경영상태가 급속히 열악해지고 있으며 폐업이 속출하고 의사가운을 벗는 이들도 급속하게 늘어가고 있다고 1차 의료기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B내과 원장은 “복지부에서는 1차의료기관의 활성화를 위해 ‘생활 습관병 관리의사 제도’ 및 ‘일차의료 전담의제’ 도입 등을 하려고 하는 시점에서 기재부의 세제개편안은 복지부의 정책과는 상충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C성형외과 원장도 “기재부의 세제개편안은 조세공평주의를 벗어날 뿐만 아니라 미용성형 부가가치세 관련해서도 합리적이고 법적인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성형이 미용이 목적인지 치료가 목적인지에 대해서도 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 부가세를 과세하는 것은 복지부의 당연지정제와 상충되는 부부분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의료인단체는 세무검증제도와 미용성형 부가세 과세 도입의 철회를 기재부에 요구했으며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정부의 조세정책, 세무신고 업무, 연말정산 등에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세무검증제도와 미용성형 부가가치세 과세 도입에 대해 헌법소원 등 법적대응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임주희 기자(hotjh012@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