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이희정(eggzzang@mdtoday.co.kr) 기자
입력일 : 2010-09-08 08:51:49

"테스트 마케팅으로 돈·시간 낭비"

［메디컬투데이 이희정 기자］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정부와 일선 의료기관들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해외환자 통계자료는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에도 병원 7곳이 유치한 해외환자의 1만6356명 중 18.3%가 국내에 거주하는 주한미군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를 지적했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곽정숙 의원(민주노동당)은 "정부가 부실한 자료를 토대로 해외환자유치 사업을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해외환자 유치 실적의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듯 했지만 여전히 응급의학과 등 모든 진료과목 포함시키고 국내 거주 외국인까지 실적에 합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낙연 의원(민주당)에 제출한 지난해 진료과목별 해외환자유치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환자 6만201명 중 1만2927명이 내과에서 진료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검진센터와 피부·성형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고 가정의학과는 4위, 산부인과는 5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23개 진료과목 중 해외환자들이 진료를 받으러 일부러 국내까지 들어올 것 같지 않은 내과, 응급의학과, 가정의학과, 정신과, 신경과, 소아청소년과 등 13개 진료과가 실적에 포함된 것이다.

메디코리아포유 고덕진 팀장은 "해외환자들은 대부분이 건강검진 아니면 성형을 하러 온다"며 "상식적으로 해외에서 들어온 외국인 환자가 응급의학과나 가정의학과를 갈 것이라 생각되지도 않으며 실제로 그런 경우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덕진 팀장은 "해외환자 실적에 잡힌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정신과 같은 경우에는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미군 혹은 교포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문제와 개원가들이 세금문제 때문에 실적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복지부의 통계는 믿을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한 고 팀장은 지역별, 진료과목별 해외환자 유치 통계보다는 시술별 통계가 현장에서 일을 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고 팀장에 따르면 2차, 3차 의료기관은 재정 역량이 어느 정도되기 때문에 오랜기간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개원가들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단기간 내 승부를 봐야하지만 쌍커풀, 눈, 코 등 시술별 통계자료가 없어 테스트 마케팅을 반드시 거치고 그 과정에서 금전적인 어려움으로 중도포기하기도 한다.

고 팀장은 "병원들은 진료과목별보다는 어느 나라 환자들이 어떤 시술을 많이 하는지가 해외환자를 유치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며 "이런 자료가 없기 때문에 개원가들은 테스트 마케팅으로 6개월 정도 돈과 시간을 낭비하다 해외환자 유치를 포기하고 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가정의학과나 응급의학과 같은 진료과목은 국내 거주 외국인이 방문한 것이라고 인정했으며 통계는 의료법에 의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가정의학과나 응급의학과 등은 국내 거주 외국인이 방문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의료법상 이들을 실적에 포함시켜도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법 테두리 내에서 실적을 통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술별 통계가 있으면 좋겠지만 의료법상 조사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들이 제출하지 않아도 복지부에서 강제로 자료를 제출하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이희정 기자(eggzzang@mdtoday.co.kr)